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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궁전

저자: 말저리 로이드

    이 이야기는 아마 상상력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대가 이 이야기를 읽을 때, 결코 상상력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아닌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어느날 저녁이었다 (하늘나라에 저녁이 있다면…). 두 사람이 금거리를 나란히, 말없이 걷고 있다. 우리는 그 둘 중 한 사람이 주님인 것을 즉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사람은 누구인가? 가브리엘 천사임이 틀림없다. 그들은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였다. 함과 같”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세계를 지금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밤 그 아름다움은 그 둘 사이에 있는 이상한 침묵으로 인하여 별 의미를 못 찾는 듯이 보인다. 그들은 이제 사람이 살지 않는 광활한 지역으로 걸어 들어 갔다. 그 도성이 왜 그렇게 남아 있어야 하는지는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그 거리들에 줄지어 서 있는 집들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층층이 우아하게 단장된 정원들, 생생한 녹색의 풀밭들, 감미로운 향내로 만발한 장미꽃 동산들은 그러한 아름다움을 사모하며 언젠가는 그것들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가냘픈 소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하나님의 어떤 자녀에게라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도록 할 것인데….

    마침내 가브리엘이 침묵을 깨트렸다.
그는, “주님, 당신의 손에서부터 만들어진 이 모든 것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이 집들도 너무 근사하구요. 오직 당신만이 만들 수 있는 너무도 아름다운 저택들입니다”라고 말한다.
“그 저택들이 비어있지만 않으면 참으로 아름다울 텐데”라고 주님은 대답하셨다.
다시 침묵의 시간이 얼마간 흐른다. 가브리엘이 다시 말을 꺼낸다. “주님, 언제 사람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실 겁니까?”
“아직은”하며 그분은 답하신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연모하시는 슬픔이 서린 표정으로, “아직은”하며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벌써 옛날에 그들을 데리러 가시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라고 대답하시는 그분의 음성 속에서 깊은 슬픔을 읽을 수 있다.

    또 다시 침묵이 흐른다.
“주님, 저 아래 지구에는 집이 모자란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집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 집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계속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저 낡아빠진 지구에서 사는 것을 만족해 하는 듯이 보입니다. 또 그들은 하늘이 별로 필요치 않은 듯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주님, 저 밑에 있는 가장 화려한 집이라도 당신이 지으신 저 저택들에 비하면 꼭 헛간 같습니다.”
“네 말이 맞다”하며 구세주께서는 말씀하신다.
더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에 흐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님께서 그 침묵을 깨뜨리신다.
“가브리엘, 저기 모든 나라들마다 무릎 꿇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의 무리가 보이니?”
“예, 주님.”

“저 무리들은 나의 백성들이란다, 가브리엘. 그들은 나를 충실히 섬기며, 나의 계명들을 지키고, 또 내 말을 사랑한단다. 그들은 내가 다시 올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며,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고 기도한단다.”
주님께서는 잠시 머뭇거리시다가 계속 말을 이으신다. “그런데 가브리엘아, 어떤 때는 내 백성들의 얼굴이 걱정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발견한단다. 마치….”
주님은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다 말하실 수가 없으신 듯 하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다 알고 고개를 돌린다. 주님께 대답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흐르자 가브리엘 천사의 얼굴은 사랑과 경외심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구세주를 바라본다.
“예수님”하며 그가 말한다.
가브리엘이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구세주의 얼굴은 환해지는 것 같다. 그분은 당신의 이름이 당신께서 타락한 세상을 위해 보내졌을 때, 당신의 사명을 표현한 특별한 그 이름을 사랑하신다.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못 자국 난 그분의 손을 바라보며 가브리엘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손으로 그분의 상처난 두 손을 덥석 안으며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우신 그 이름을 다시 부른다.

“예수님, 당신은 저들을 위해서 너무나 큰 것을 주셨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천사장이라도 그같은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말을 찾는 것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 . .
조금 전에 주님의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이제는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그분의 실망이 어찌나 큰지 그 실망을 어떻게 묘사할 수가 없다. 마침내 그분은 비어있는 저택들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신다.
“가브리엘, 저들이 집에 오고 싶지 않단 말인가?”

    오, 형제들이시여, 구세주의 마음에 흐르는 실망의 눈물은 결코 상상적인 것이 아니며, 지금까지 내가 묘사한 것보다 더욱 생생하고도 강렬한 것이다. 비어있는 궁전들이 그대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에 있는 저 화려한 궁전들은 텅 비어있는데, 아, 왜, 참으로 왜 우리는 이 땅에 있는 허물어져 가는 헛간 같은 고물들에 우리의 애정을 잡아 묶어 두고 있어야 하는지?
오, 나의 형제들과 친구들이여, 그대들은 집에 가고 싶지 않단 말인가?
리뷰 앤 헤랄드,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