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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의 처의 회상

드보라 밴스(Deborah Anfessen Vance)

 “소돔이 완전한 곳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거기엔 우리 가정이 있었어.”하고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은 나를 잘못 판단하고 있어. 그러나 만일 당신이 공정하기를 원한다면 ‘롯의 처가 소돔을 사랑했다’고 말해서는 안돼. 왜냐하면 그곳에는 내가 미워하는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아시기 때문이야. 당신이 진실을 말하려면 ‘롯의 처가 그녀의 가정을 사랑했다.’고 말해야만 해.

 “물론 거기에는 그 말 이상의 의미가 있었어. 그것은 가정의 가장 불쾌한 것들이라도 우리를 그 가정에 머물게 하는 것이 있는 것 아니야? 그것은 가정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안전과 가능성이야. 어떤 의자에 앉아야 하며, 어떤 베개가 더 푹신하며, 지붕의 어디가 새며, 주전자를 어디에 두었으며, 누가 나쁜 친구들을 혼내 줄 것이며, 누가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을 것이며, 누가 사장이 될 것인지를 아는 따위야. 그래. 가정은 아는 것이며, 가정은 바로 세계이고, 우리가 주무르는 대로 형성되는 것이야. 가정을 떠난다는 것은 그 세계를 파괴하는 거야.

 “그래서 그 남자들이 소돔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왔을 때에 그것은 그들이 마치 모든 것들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과 같았어. 그들이 ‘이 온 세계가 내일 아침에는 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말이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어. 나는 소돔 너머의 세상이나 생활은 생각 조차 할 수 없었어. 소돔은 나의 가정이며, 나의 생명이 되어 왔는걸.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소돔을 떠나는 것은 나의 생명을 잃는 것 같았어. 내가 떠난다고 말했나? 아니야. 사실은 질질 끌려간 거야. 우리가 떠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새는 내게 없었어. 그저 한 순간 마음으로 느꼈을 뿐이야.

우리가 우리 가정으로부터 더 멀리 더 멀리 달려갈 때 가정은 우리를 다시 데리고 가려는 군대처럼 느껴졌어. 수천의 행복한 추억들의 군대 말이야. 가족들이 함께 먹던 식사시간, 아기가 처음으로 아장걸음을 옮기던 것, 손님들의 방문, 시장에서 소곤거리던 비밀들, 화롯가에 둘러 앉았던 시원한 밤들, 발코니에서 따스한 저녁의 미풍을 즐기던 온갖 추억들……

 “그 즐거운 추억들을 다시 생생하게 떠올려 보는 것은 나로 피눈물을 흘리도록 했어. 우리는 편안했고 행복했었어. 그런 행복은 다시 찾아볼 수 없는 행복일거야. 진짜야. 그래서 나는 결국 고개를 돌렸지.

 “내가 나의 마지막 고개를 돌렸을 때 내가 이 세상의 여자들이 하는 것처럼 짙은 화장이나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말아. 대신 피난민의 슬픔과 그 마지막 시야가 불에 타는 소돔이 아닌 불붙는 가정을 향하고 있었던 한 어머니로서의 나를 생각하기 바래. 불타고 파괴된 것들, 그것들은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해주던 침상, 우리 아가들이 태어났던 방, 우리 친척들이 자던 곳, 내가 그리워했던 것은 가정이었다는 것을 제발 명심해주기 바래. 내가 원했던 것은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이었다는 것을 좀 이해해줘. 당신이 원하는 것이 바로 내가 원했던 것이야.

 “당신처럼 나도 하늘을 원했어. 그러나 나는 그것을 너무 일찍 원했던 거야. 그것은 마치 덜 구워진 빵을 솥에서 꺼내고, 설익은 사과나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와도 같은 너무 이른 동경이었어.

 “그러면 내 죄가 무엇이고 우리 가정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당신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질문할 터인데, 나중 질문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할게. 그건 아무 것도 아닌 거야. 내 죄에 관해서는 모호한 것이 하나도 없어. 나는 영원히 좋은 것이 되는 것을 잠시 원했던 거야. 나는 새로운 것, 참으로 새것을 갖고 싶은 욕망이 없었어. 아 그래. 새로 구운 빵, 신선한 물, 아마 새 옷과 새로 태어나는 아기를 원했을는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나는 새로운 사상이나 새로운 생활, 혹은 새로운 견해나 세상이 보고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당신이 오늘 보는 정체된 조각기둥, 현재를 위한 과거의 기념물로 서게 된 거야.

 “만일 내가 몇 마디 더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것은 산다는 것은 변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배운 사실이야. 진정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로 태어나는 것이며, 언제라도 어떤 것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우주를 경험하는 거야. 산다는 것은 우리 발 앞에 놓여진 더 좋은 것을 집어 들기 위하여 우리의 손에 들려진 좋은 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있어야 하는 거야.

 “또 하나 말해두고 싶은 것은 가정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정을 기꺼이 떠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거야. 왜냐하면 인생의 모든 것은 가정을 떠나는 것과 가정으로 오는 것과 가정을 발견하는 것과 새로운 가정을 발견하여 가는 것이기 때문이야. 당신이 학교에 가기 위해 부모를 떠나고, 직업을 구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고, 진리를 찾기 위해 오류를 떠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래. 인생은 떠나는 것으로 가득 찬 거야. 언젠가 당신이, 가진 것에서 떠나라는 요청을 받게 되고, 당신이 그 요청을 수락한다면 당신은 아무도 당신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어떤 것을 발견할 거야.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은 나처럼 생명이 없는 한 형체가 되 버릴거야.

 “나의 인생에서 잃어버리는 결과로서 성취된 한 말이 있는데 잘 들어봐. ‘무릇 자기 목숨을 보존하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라.”(눅 17:33). 이 말을 잘 생각하기 바래. 그리고 나를 부디 기억해줘.”

1984년 3월 17일, Insight 지에서

*필자는 당신 Review & Herald의 보조 편집인이었음.